한국어 배우기

한국어 숫자 완전 정복: 하나 둘 셋과 일 이 삼, 언제 무엇을 쓸까

한국어에는 숫자 체계가 두 개나 있습니다. 고유어 숫자와 한자어 숫자를 언제 쓰는지, 시간과 날짜, 나이, 가격, 전화번호 읽는 법, 꼭 알아야 할 단위 명사까지 예문과 함께 쉽게 정리했습니다.

달력과 시계, 숫자가 적힌 종이
사진: Monoar_CGI_Artist / Pixabay
목차
  1. 두 개의 숫자 체계
  2. 한자어 숫자는 레고처럼 조립한다
  3. 고유어 숫자는 조금 더 외워야 한다
  4. 언제 어떤 숫자를 쓸까
  5. 시간 말하기: 두 숫자가 만나는 곳
  6. 날짜와 요일
  7. 나이 말하기
  8. 가격과 큰 숫자: '만'의 벽 넘기
  9. 전화번호와 번호 읽기
  10. 꼭 알아야 할 단위 명사
  11. 순서를 말하는 법: 첫째, 둘째, 셋째
  12. 숫자를 빨리 익히는 연습법
  13. 자주 하는 실수
  14. 한국 돈 읽기: 지폐와 동전
  15. 숫자로 말하는 한국어: 숫자 언어유희
  16. 일상에서 자주 쓰는 숫자 관련 표현
  17. 영수증으로 연습하기
  18. 왜 숫자 체계가 두 가지일까?
  19. 사진 찍을 때 "하나, 둘, 셋!"
  20. 행운의 숫자와 피하는 숫자
  21. 손가락으로 숫자 세기
  22. 주소와 아파트 동·호수 읽기
  23. 자주 묻는 질문
  24. 마치며: 숫자는 매일의 언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한글 다음으로 마주하는 큰 산이 바로 숫자입니다. 대부분의 언어는 숫자 체계가 하나뿐이지만, 한국어에는 '하나, 둘, 셋'으로 세는 고유어 숫자와 '일, 이, 삼'으로 세는 한자어 숫자, 두 가지가 있습니다. 게다가 시간을 말할 때는 "세 시 이십 분"처럼 두 체계를 한 문장 안에서 섞어 씁니다. 처음 배우는 사람이 당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하지만 규칙을 알고 나면 생각보다 체계적입니다. 어떤 상황에 어떤 숫자를 쓰는지만 익히면, 나머지는 반복 연습으로 충분히 자연스러워집니다. 이 글에서는 두 숫자 체계의 차이와 쓰임을 정리하고, 시간과 날짜, 나이, 가격, 전화번호처럼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숫자 표현을 예문과 함께 소개합니다.

두 개의 숫자 체계

한국어의 두 숫자 체계는 기원이 다릅니다. 고유어 숫자는 한국어에 원래부터 있던 말이고, 한자어 숫자는 중국의 한자에서 온 말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두 체계가 함께 쓰이면서 각자 담당하는 영역이 자연스럽게 나뉘었습니다.

숫자고유어한자어
1하나 (hana)일 (il)
2둘 (dul)이 (i)
3셋 (set)삼 (sam)
4넷 (net)사 (sa)
5다섯 (daseot)오 (o)
6여섯 (yeoseot)육 (yuk)
7일곱 (ilgop)칠 (chil)
8여덟 (yeodeol)팔 (pal)
9아홉 (ahop)구 (gu)
10열 (yeol)십 (sip)
20스물 (seumul)이십 (isip)
30서른 (seoreun)삼십 (samsip)
40마흔 (maheun)사십 (sasip)
50쉰 (swin)오십 (osip)
100(백을 주로 사용)백 (baek)

고유어 숫자는 일상에서 주로 99까지만 쓰고, 100 이상은 대부분 한자어 숫자를 씁니다. 그래서 큰 숫자를 말할 때는 한자어 숫자만 알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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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 숫자는 레고처럼 조립한다

한자어 숫자는 규칙이 아주 단순합니다. 1부터 10까지와 백, 천, 만 같은 단위만 알면 나머지는 조합하면 됩니다.

  • 11 = 십 + 일 = 십일
  • 25 = 이 + 십 + 오 = 이십오
  • 99 = 구 + 십 + 구 = 구십구
  • 365 = 삼 + 백 + 육 + 십 + 오 = 삼백육십오
  • 2026 = 이 + 천 + 이 + 십 + 육 = 이천이십육

한 가지 주의할 점은 10, 100, 1,000, 10,000을 말할 때 앞에 '일'을 붙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00은 '일백'이 아니라 '백', 1,000은 '천', 10,000은 '만'이라고 말합니다.

고유어 숫자는 조금 더 외워야 한다

고유어 숫자는 10, 20, 30처럼 십 단위마다 이름이 따로 있어 조금 더 외워야 합니다. 그래도 조합 방식은 같습니다.

  • 11 = 열 + 하나 = 열하나
  • 15 = 열 + 다섯 = 열다섯
  • 24 = 스물 + 넷 = 스물넷
  • 37 = 서른 + 일곱 = 서른일곱

단위 명사 앞에서 모양이 바뀌는 숫자

고유어 숫자 중 일부는 뒤에 '개', '명', '시' 같은 단위가 오면 모양이 짧게 바뀝니다. 이것은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규칙입니다.

원래 형태단위 앞예시
하나한한 개, 한 명, 한 시
둘두두 개, 두 명, 두 시
셋세세 개, 세 명, 세 시
넷네네 개, 네 명, 네 시
스물스무스무 살, 스무 개

그래서 "사과 하나 주세요"라고도 하지만, 단위를 붙이면 "사과 한 개 주세요"가 됩니다. "하나 개"라고 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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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떤 숫자를 쓸까

두 체계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확한 규칙에는 예외도 있지만, 처음에는 이 표를 기준으로 익히면 충분합니다.

고유어 숫자를 쓰는 경우한자어 숫자를 쓰는 경우
물건이나 사람의 개수 (한 개, 두 명)가격과 돈 (천 원, 만 원)
나이 (스물다섯 살)전화번호, 주소, 번호
시간의 '시' (세 시)시간의 '분'과 '초' (삼십 분)
횟수 (한 번, 두 번)날짜, 월, 연도 (이천이십육 년 오월 오 일)
잔, 병, 그릇 같은 단위층, 호, 교시 같은 순서와 단위 (삼 층)
개월 수를 말할 때 '달' (두 달)'개월' (삼 개월), 키·몸무게·거리 같은 측정 단위

간단히 정리하면, '세는 것'은 고유어, '읽는 것'은 한자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사과의 개수는 세는 것이니 고유어, 가격표의 숫자는 읽는 것이니 한자어인 셈이죠.

시간 말하기: 두 숫자가 만나는 곳

시간은 두 숫자 체계가 한 문장 안에서 함께 쓰이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는 고유어, '분'은 한자어를 씁니다.

  • 1:00 → 한 시
  • 3:20 → 세 시 이십 분
  • 7:45 → 일곱 시 사십오 분
  • 10:30 → 열 시 삼십 분, 또는 열 시 반
  • 12:05 → 열두 시 오 분

'반'은 30분을 뜻하는 말로, 일상에서 자주 씁니다. 오전과 오후는 시간 앞에 붙여 "오전 아홉 시", "오후 세 시"처럼 말하고, 하루를 더 세밀하게 나눠 "아침 일곱 시", "저녁 여섯 시", "밤 열한 시", "새벽 두 시"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시간을 묻고 답하기

  • 지금 몇 시예요? — 두 시 십오 분이에요.
  • 몇 시에 만나요? — 일곱 시 반에 만나요.
  • 얼마나 걸려요? — 삼십 분쯤 걸려요. / 한 시간 걸려요.

'시간'이라는 단어로 '소요 시간'을 말할 때도 고유어를 씁니다. "한 시간", "두 시간 반"처럼요. 반면 '분'은 한자어라 "이십 분 걸려요"라고 말합니다.

날짜와 요일

날짜는 모두 한자어 숫자로 읽습니다. 한국어는 큰 단위부터 말하기 때문에 '년, 월, 일' 순서로 씁니다.

  • 2026년 5월 2일 → 이천이십육 년 오월 이 일
  • 10월 9일(한글날) → 시월 구 일

주의해야 할 월 이름

월은 숫자 뒤에 '월'을 붙이면 되지만, 6월과 10월은 발음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형태가 바뀝니다. 6월은 '육월'이 아니라 '유월', 10월은 '십월'이 아니라 '시월'이라고 읽고 씁니다.

월읽기월읽기
1월일월7월칠월
2월이월8월팔월
3월삼월9월구월
4월사월10월시월
5월오월11월십일월
6월유월12월십이월

요일

요일은 숫자가 아니라 자연의 요소에서 이름을 땄습니다. 월요일(달), 화요일(불), 수요일(물), 목요일(나무), 금요일(쇠), 토요일(흙), 일요일(해)입니다. "오늘 무슨 요일이에요?"라고 물으면 "금요일이에요"처럼 답합니다.

나이 말하기

나이는 고유어 숫자와 '살'을 붙여 말합니다. "스물다섯 살", "서른 살", "열여덟 살"처럼요. 공식적인 자리나 서류에서는 한자어 숫자와 '세'를 써서 "이십오 세"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 몇 살이에요? — 스물두 살이에요.
  • (어른에게)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일흔이세요.

참고로 한국은 2023년부터 법적·행정적 나이 기준을 '만 나이'로 통일했습니다. 예전에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세는 '한국식 나이'를 일상에서 많이 썼지만, 지금은 공식적으로 만 나이를 사용합니다. 그래도 일상 대화에서는 몇 년생인지 묻고 답하며 관계를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2000년생이에요(이천 년생이에요)"처럼요.

가격과 큰 숫자: '만'의 벽 넘기

한국어로 큰 숫자를 말할 때 가장 헷갈리는 것이 '만(10,000)' 단위입니다. 영어는 세 자리마다 끊어 thousand, million을 쓰지만, 한국어는 네 자리마다 끊어 만, 억, 조를 씁니다.

숫자한국어
1,000천
10,000만
100,000십만
1,000,000백만
10,000,000천만
100,000,000억

그래서 가격을 읽을 때는 뒤에서부터 네 자리씩 끊어 생각하면 쉽습니다.

  • 3,500원 → 삼천오백 원
  • 12,000원 → 만 이천 원
  • 45,000원 → 사만 오천 원
  • 250,000원 → 이십오만 원
  • 1,500,000원 → 백오십만 원

한국의 지폐는 천 원, 오천 원, 만 원, 오만 원권이 있고, 동전은 십 원, 오십 원, 백 원, 오백 원이 주로 쓰입니다. 시장이나 가게에서 "얼마예요?"라고 물으면 "만 오천 원이에요"처럼 대답이 돌아오니, 만 단위만 익숙해지면 쇼핑이 훨씬 편해집니다.

전화번호와 번호 읽기

전화번호는 한자어 숫자로 한 자리씩 읽습니다. 숫자 0은 '공' 또는 '영'이라고 읽는데, 전화번호에서는 주로 '공'이라고 합니다. 하이픈(-)은 '에' 또는 잠깐 쉬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 010-1234-5678 → 공일공 일이삼사 오육칠팔

버스 번호, 방 번호, 층수도 한자어로 읽습니다. "삼백일 번 버스", "오백이 호", "칠 층"처럼요. 다만 버스 번호는 숫자를 한 자리씩 읽는 경우도 많아 "칠칠공 번 버스"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꼭 알아야 할 단위 명사

한국어로 물건을 셀 때는 숫자 뒤에 단위 명사를 붙입니다. 영어의 'a cup of', 'a bottle of'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대부분 고유어 숫자와 함께 씁니다.

단위대상예시
개일반적인 물건사과 세 개
명 / 분사람 (분은 높임)학생 다섯 명, 손님 두 분
잔음료가 담긴 잔커피 한 잔
병병에 든 것물 두 병, 소주 한 병
그릇그릇에 담긴 음식비빔밥 한 그릇
마리동물고양이 두 마리, 치킨 한 마리
권책책 세 권
장종이, 표처럼 얇은 것표 두 장
대기계, 차차 한 대
인분음식의 양(한자어)삼겹살 이 인분

식당에서 자주 쓰는 '인분'은 한자어 숫자와 함께 쓴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삼겹살 이 인분 주세요", "갈비 삼 인분 주세요"처럼요. 치킨을 '한 마리', '두 마리'로 세는 것도 재미있는 한국어 표현입니다.

순서를 말하는 법: 첫째, 둘째, 셋째

순서를 나타낼 때는 고유어 숫자에 '째'를 붙입니다. 다만 1은 '하나째'가 아니라 '첫째'라고 합니다.

  • 첫째,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번째를 붙이면 더 일반적인 순서 표현)

한자어 숫자에 '제'를 붙인 "제일", "제이"도 순서를 나타내는데, "제일 좋아요"처럼 '가장'이라는 뜻으로도 자주 쓰입니다.

숫자를 빨리 익히는 연습법

  • 시계 보며 말하기: 하루에 몇 번씩 시계를 볼 때마다 한국어로 시간을 말해 보세요.
  • 가격표 읽기: 쇼핑할 때나 온라인 쇼핑몰을 볼 때 가격을 한국어로 읽는 연습을 하세요. 만 단위가 금방 익숙해집니다.
  • 계단 오르며 세기: 계단을 오를 때 고유어로, 내려올 때 한자어로 세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입니다.
  • 전화번호 외우기: 친구의 전화번호를 한국어로 읽어 보세요.
  • 노래와 함께: 한국 동요나 K-팝 가사에 나오는 숫자를 찾아보세요. 리듬과 함께 외우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자주 하는 실수

  • "하나 개" ✗ → "한 개" ○: 단위 앞에서는 짧은 형태를 씁니다.
  • "삼 시" ✗ → "세 시" ○: 시간의 '시'는 고유어입니다.
  • "세 분" (시간) ✗ → "삼 분" ○: 시간의 '분'은 한자어입니다. 참고로 "세 분"은 '세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 됩니다.
  • "육월" ✗ → "유월" ○, "십월" ✗ → "시월" ○
  • "일만 원" → "만 원": 만 앞에 '일'을 붙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한국 돈 읽기: 지폐와 동전

숫자를 실제로 가장 많이 쓰는 순간은 돈을 낼 때입니다. 한국의 지폐와 동전을 알아 두면 가격을 듣고 바로 돈을 꺼낼 수 있습니다.

종류읽는 법특징
1,000원 지폐천 원조선의 학자 퇴계 이황이 그려져 있습니다.
5,000원 지폐오천 원조선의 학자 율곡 이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10,000원 지폐만 원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 그려져 있습니다.
50,000원 지폐오만 원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그려져 있습니다.
동전십 원, 오십 원, 백 원, 오백 원현금 결제가 줄면서 동전을 쓸 일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오천 원권의 율곡 이이와 오만 원권의 신사임당이 실제 모자(母子) 사이라는 것입니다. 지폐 속 인물을 알아 두면 한국 역사에 대한 이야깃거리도 생깁니다.

숫자로 말하는 한국어: 숫자 언어유희

한국에는 숫자의 발음을 이용한 재미있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휴대폰 문자가 없던 시절 무선호출기(삐삐)로 숫자 메시지를 주고받던 문화에서 생겨난 표현도 많습니다.

  • 1004 (천사): '천사'와 발음이 같아 '천사'라는 뜻으로 씁니다. 착한 사람이나 아이를 부를 때 애칭처럼 쓰기도 합니다.
  • 8282 (빨리빨리): '팔이팔이'가 '빨리빨리'와 비슷하게 들려 "서둘러"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 486 (사랑해): 예전 삐삐 시절에 '사랑해'를 뜻하는 숫자로 쓰였던 표현입니다.

이런 표현은 지금도 노래 가사나 광고, 상호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숫자 하나에도 재미있는 문화가 담겨 있다는 점이 한국어의 매력입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숫자 관련 표현

표현뜻예문
반절반세 시 반에 만나요. / 반만 주세요.
배~배(곱절)가격이 두 배로 올랐어요.
퍼센트(프로)백분율. 일상에서는 '프로'라고도 말합니다.삼십 프로 할인해요.
층건물의 층(한자어 숫자와 함께)화장실은 삼 층에 있어요.
등순위, 등급달리기에서 일 등을 했어요.
번째순서(고유어 숫자와 함께)두 번째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가세요.

영수증으로 연습하기

아래는 편의점에서 받은 가상의 영수증입니다. 각 가격을 한국어로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삼각김밥 1,500원 / 바나나우유 1,700원 / 컵라면 1,350원 / 합계 4,550원

정답: 삼각김밥 천오백 원, 바나나우유 천칠백 원, 컵라면 천삼백오십 원, 합계 사천오백오십 원

가격을 읽을 때는 '일천'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천'이라고 말한다는 점에 주의하세요. '만'도 마찬가지로 '일만'이 아니라 '만 원'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장을 보거나 카페에서 주문할 때마다 가격표를 속으로 읽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숫자 듣기와 말하기가 금방 자연스러워집니다.

왜 숫자 체계가 두 가지일까?

한국어에 숫자 체계가 두 가지인 이유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 둘, 셋'으로 시작하는 고유어 숫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인이 써 온 말입니다. 반면 '일, 이, 삼'으로 시작하는 한자어 숫자는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의 한자 문화가 들어오면서 함께 자리 잡았습니다. 학문, 행정, 상업처럼 정확한 계산과 기록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한자어 숫자가 주로 쓰였고, 사람이나 물건을 세는 생활 속 표현에는 고유어 숫자가 남았습니다. 이런 역사 때문에 오늘날에도 날짜와 돈, 전화번호에는 한자어 숫자를, 나이와 개수, 시각의 '시'에는 고유어 숫자를 쓰는 구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어에도 비슷하게 두 가지 숫자 체계가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사진 찍을 때 "하나, 둘, 셋!"

한국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는 보통 "하나, 둘, 셋!" 하고 고유어 숫자로 신호를 줍니다. 여기에 "김치!"를 외치며 웃는 것이 오랫동안 익숙한 방식이었습니다. 'ㅊ' 소리를 낼 때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 웃는 표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브이!"나 다른 재미있는 말을 외치기도 합니다. 또 경기나 게임을 시작할 때는 "준비, 시작!", 숨바꼭질에서는 "열까지 센다!"처럼 고유어 숫자로 숫자를 세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생활 표현을 따라 해 보면 고유어 숫자가 훨씬 친근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행운의 숫자와 피하는 숫자

한국에서 숫자 4는 한자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좋지 않은 숫자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오래된 건물이나 병원의 엘리베이터에서는 4층을 'F'로 표시하거나 아예 건너뛰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7은 서양의 영향으로 행운의 숫자로 여겨지고, 3은 전통적으로 완전함을 뜻하는 좋은 숫자로 사랑받습니다. "삼세판"이라는 말처럼 무엇이든 세 번은 해 봐야 한다는 생각도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축의금이나 세뱃돈을 줄 때 홀수 금액을 선호하는 풍습도 남아 있습니다. 이런 숫자 문화를 알면 한국 생활 속 작은 습관들이 왜 그런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손가락으로 숫자 세기

한국인은 손가락으로 숫자를 셀 때 보통 손을 편 상태에서 엄지부터 하나씩 접어 갑니다. 다섯까지 세면 주먹이 되고, 여섯부터는 다시 새끼손가락부터 펴 가며 셉니다. 손가락을 모두 편 상태에서 시작하는 서양식 방법과 반대라서 처음 보면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거나 식당에서 인원수를 알릴 때 손가락을 함께 쓰면 말이 서툴러도 쉽게 뜻이 통합니다.

주소와 아파트 동·호수 읽기

한국의 아파트 주소는 숫자로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101동 1203호"는 '백일 동 천이백삼 호'라고 읽으며, 101번 건물의 12층 3호 집이라는 뜻입니다. 동과 호수는 모두 한자어 숫자로 읽는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택배를 받거나 친구 집을 찾아갈 때 꼭 필요한 표현이므로, 자신의 숙소 주소를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해 두면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두 숫자 체계를 다 외워야 하나요?

네. 하지만 고유어 숫자는 일상에서 주로 1부터 99까지, 그중에서도 1부터 20 정도를 가장 많이 씁니다. 한자어 숫자는 규칙이 단순해 금방 익힐 수 있습니다.

어떤 숫자를 써야 할지 헷갈리면 어떻게 하나요?

'세는 것'은 고유어, '읽는 것'은 한자어라는 기준을 떠올려 보세요. 틀리더라도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의미를 이해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큰 숫자를 빨리 읽는 요령이 있나요?

숫자를 뒤에서부터 네 자리씩 끊어 보세요. 마지막 네 자리 앞에 '만', 그 앞 네 자리 앞에 '억'을 붙이면 됩니다.

마치며: 숫자는 매일의 언어

숫자는 한국어에서 가장 자주 쓰는 말 중 하나입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할 때, 약속 시간을 정할 때, 시장에서 가격을 물을 때마다 숫자를 쓰게 됩니다. 그래서 숫자를 익히면 한국어가 갑자기 생활 속 언어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오늘부터 시계를 볼 때마다 한국어로 시간을 말해 보세요. "지금은 오후 세 시 이십 분." 그 작은 습관이 한 달 뒤 여러분의 한국어를 훨씬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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